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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눈에 무언가 떠다니는 증상(비문증)

by 김보늬 2020. 7. 5.

What are those floating in your eyes?  - Michael Moser




당신의 시야에 떠다니는 것들을 본 적이 있나요?

이것들은 무엇이며 왜 보이게 되는건지 Michael Moser가 설명해준다. 





  가끔씩 맑은 하늘이나 밝은 배경을 볼 때 눈 앞에 무언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이것들은 먼지나 실, 투명한 방울, 벌레 같아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자세히 보려고 하면 사라졌다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을 때 금방 또 다시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눈을 씻을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보이는 이 부유물들은 흔한 현상 중 하나로 '비문증(vitreous floaters)' 이라고 한다. 라틴어로는 '날아다니는 파리'를 의미하는데, 그 이름이 꽤 신경이 쓰인다. 표현이 그러할 뿐, 실제로 벌레가 아니며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들도 아니다. 이 부유물은 우리의 눈 안에 존재하고 있는데, 움직이기도 하고 모양을 바꾸기도 한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지만 살아있는 생물이 아니다. 


  이 부유물의 정체는 안구의 뒷부분에 위치한 망막에 비춰지는 작은 물질들의 그림자이다. 적혈구, 조직을 구성하던 어떤 세포들, 단백질 덩어리일 수 있다. 안구의 유리체는 안구 내부를 채우는 젤리 같은 액체 물질을 의미하는데, 부유물이 유리체 내에서 떠다니기 때문에 우리가 눈을 움직일 때 함께 움직이면서 떠다니게 된다. 눈의 움직임을 멈추게 되면 파도 치듯 잠깐 일렁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부유물을 잘 보이지 않는다. 부유물들이 망막과 가까이 위치하게 되었을 때 더욱 더 잘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그림자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전등 빛 아래 손을 댔을 때, 손이 책상과 가까울수록 더욱 선명한 그림자가 생기는것과 같은 원리이다. 


  부유물들은 동일한 색상을 갖는 환한 배경을 바라볼 때 더욱 관찰하기가 쉽다. 특히 텅 비어 있는 컴퓨터 화면이나 눈이 쌓인 풍경, 맑은 하늘과 같이 일관적인 배경일수록 더욱 명확하게 보인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밝은 빛이 눈으로 들어올수록 우리의 동공은 더욱 작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빛의 산란이 큰 조명기구를 빛이 한 곳에 모이게 하는 핀 조명을 썼을 때처럼 그림자가 더욱 선명하게 보일 수 있다. 


  추가적으로 부유물과 비슷해 보이는 시각적 현상이 하나 더 있다. 우리가 만약 밝은 하늘을 바라볼 때, 재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점들을 보았다면, 우리는 블루필드 내시 현상(Blue Field Entoptic Phenomenon)을 경험한 것이다. 내시 현상은 부유물과 정반대의 원리를 갖는다. 그림자가 생기지는 않지만 움직이는 작은 투명체를 통해, 빛이 유리체 네로 들어오게 된다. 이러한 투명체는 사실 백혈구로부터 기인한다. 





  백혈구는 유리체의 표면에 위치한 모세혈관들을 따라 움직이는데, 백혈구의 크기가 모세혈관을 거의 꽉 채울 정도로 커다랗기 때문에 세포 자신이 위치한 바로 앞의 혈관 내 혈장 공간을 트이게 할 수 있다. 백혈구가 넓힌 공간과 백혈구 둘 다 청색 광(파란빛)보다 투명하기 때문에 적혈구만이 모세혈관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빛의 점이 보이는 현상이 일어날 때, 이들이 심박에 따라 모세혈관을 지나가는 것을 볼수도 있다. 또한 동일한 시각 조건하에, 우리는 빛의 점들을 따라다니는 검은 고리를 볼 수 도 있다.  이것은 백혈구 뒤에 뭉쳐 있는 적혈구들이다. 어떤 과학 박물관에서는 파란빛으로 가득 찬 화면을 바라봄으로써 블루필드 내시 현상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도록 하는 전시를 열기도 했다. 


  모두의 눈이 이러한 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반면, 각자가 볼 수 있는 부유물의 숫자와 형태 들에는 서로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부유물의 경우, 우리의 뇌는 대부분 이를 무시하도록 습관화되어 있으나 갑자기 엄청나게 많거나 커다란 부유물이 시야를 방해한다면 의학적인 처치가 필요하다는 징조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부유물이나 블루필드 내시 현상과 같은 시각적 현상일 뿐이다. 




  비문증은 특별한 원인 없이 나이가 듦에 따라 발생하기 쉽다. 유리체의 일부가 수분과 섬유질로 분리되는 '유리체 액화' 현상이 원인이며 80대가 되면 대부분 액체가 된다. 병적인 경우의 비문증은 망막열공이나 망박박리, 베체트 증후군, 미만성맥락막염 등 안구의 염증성 질환 혹은 당뇨망막증, 망막혈관폐쇄증, 안구의 외상과 같은 유리체 출혈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근래에는 라식 수술 후 비문증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장 유력한 학설은 라식 수술 시 흡인에 의한 것, 레이저 파장의 파동이 유리체에 전달되는 과정에 의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안과의 정밀검사가 필요한데, 안구를 생체현미경으로 검사하여 염증 여부와 안저의 이상 여부 등을 판단하는 세극등 검사와 안저 검사가 있다. 생리적으로 발생하는 비문증은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옅어지고 적응이 되어 보인다는 것을 잊게 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된다면 레이저 치료나 수술적 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