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와 손세정제 중 어떤게 더 효과적일까

Which is better: Soap or hand sanitizer? - Alex Rosenthal and Pall Thordarson

  우리 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끄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봉우리와 골짜기, 접힌 부분과 갈라진 부분들은 바이러스가 달라붙어 숨어 지내기 좋은 장소다. 그러다 얼굴을 만지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 두가지가 있다. 물과 비누를 이용한 손 씻기, 손 세정제를 이용한 손위생이다. 그러면 이들 중 어떤 것이 더 나을까? 

  COVID-19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외부 표면이 지질 이중층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 중 하나이다. 이 지질은 핀 모양의 분자들인데, 머리 부분은 물에 친화력이 높고 꼬리부분은 친화력이 낮아서 물에서 밀려난다. 따라서 물이 풍부한 환경에서 지질은 다음 그림과 같은 외피를 형성하게 된다. 물에 대한 이런 반응은 지질들끼리 느슨하게 들러붙도록 하는데, 이걸 소수성 효과(hydrophobic)라고 부른다.

  이런 외부 구조는 바이러스 분자가 세포막을 뚫고 우리 세포를 장악할 수 있게 하지만 이 바이러스 분자는 수많은 약점이 있어서 이를 방해할 분자를 사용해 갈라놓을 수 있다. 그 방해꾼 역할을 비누가 한다. 비누 한 방울에는 1,000조개나 되는 생물학적 지질과 유사한 양친매성(amphipathic) 물질 분자가 들어 있다. 그 분자들의 꼬리도 물에서 밀려나는데, 바이어스의 외막을 형성하는 지질과 자리싸움을 하게 된다. 이 분자들 때문에 바이러스 막의 균질성이 깨지면서 지질 이중층이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 나서 이 양친매성 분자는 거품을 형성하여 바이러스의 RNA와 단백질 등의 입자들을 둘러싼다. 그 후 우리가 물로 거품을 씻어내면 흘러내려 가게 된다. 

  손 세정제의 경우 지진처럼 작용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로 에워싸면 소수성 효과는 막 내의 결합을 강화시킨다. 이 효과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뾰족한 가시를 이루는 단백질을 제자리에 붙들고 우리 세포에 침투할 수 있는 모양으로 만들어 준다. 바이러스를 공기 중에 말리면 바이러스의 안정성이 유지되지만, 고농도의 알콜로 에워싸게 되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손세정제에는 에탄올이나 이소프로판올 같은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소수성 효과가 사라지게 되어, 곧 분자가 움직일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준다. 전반적인 효과는 집에서 못과 시멘트를 빼내고 지진 났을 때처럼 흔들리는 것과 같다. 바이러스 세포막은 무너지고 뾰족한 단백질은 부서진다. 

  위의 두가지 방법 모두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과정은 단 1~2초 내에 일어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어도 20초간 손을 씻을 것을 권장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 손의 복잡한 표면 때문이다. 비누와 손세정제를 손바닥, 손가락, 손등 그리고 손가락 사이에 구석구석 잘 묻혀서 손을 닦아야만 우리를 지킬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한 전문가들은 물과 비누로 가능한 자주 씻기를 권장한다. 손세정제를 이용한 손위생과 비누를 이용한 손 씻기 둘 다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데에 비슷하게 효과가 있지만 적용 상황에 차이가 있다. 물과 비누는 바이러스가 숨을 수 있는 먼지 입자를 씻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손세정제는 야외에서 수돗물이 없을 경우 최대한 꼼꼼히 바르고 마를 때까지 손으로 비벼 주기만 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예방에 물과 비누를 권장한다고 했는데, 이 방법이 모든 바이러스 유행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보통 감기는 리노바이러스로 발생하는데, 지질막 대신에 캡시드(capsid)라고 불리는 기하학적 단백질 구조를 갖고 있다. 캡시드는 약점이 그리 많지 않아서 비누의 양친매성 분자가 갈라 놓기가 어렵다. 그래서 비누가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표면 단백질인 캡시드의 일부는 손세정제의 불안정화 효과에 취약하기 때문에 손 세정제를 사용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손세정제를 먼저 사용해주고 손을 씻어서 잔여 입자를 제거하면 더욱 좋다.